민수기 22-24장에선, 세 번에 걸쳐 이스라엘을 향한 축복은 반복됩니다. 민수기 전체의 구성에서 이것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민수기 24:10-25에 등장하는 수준 떨어지는 선지자 발람의 예언 속에서도 하나님의 계획이 등장한 '한 별과 한 규'에 대한 해석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민수기 24장 10-25절 본문
10 발락이 발람에게 노하여 손뼉을 치며 말하되 내가 그대를 부른 것은 내 원수를 저주하라는 것이어늘 그대가 이같이 세 번 그들을 축복하였도다
11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그대의 곳으로 달아나라 내가 그대를 높여 심히 존귀하게 하기로 뜻하였더니 여호와께서 그대를 막아 존귀하지 못하게 하셨도다
12 발람이 발락에게 이르되 당신이 내게 보낸 사신들에게 내가 말하여 이르지 아니하였나이까
13 가령 발락이 그 집에 가득한 은금을 내게 줄지라도 나는 여호와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간에 내 마음대로 행하지 못하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하리라 하지 아니하였나이까
14 이제 나는 내 백성에게로 돌아가거니와 들으소서 내가 이 백성이 후일에 당신의 백성에게 어떻게 할지를 당신에게 말하리이다 하고
15 예언하여 이르기를 브올의 아들 발람이 말하며 눈을 감았던 자가 말하며
16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가 말하며 지극히 높으신 자의 지식을 아는 자, 전능자의 환상을 보는 자, 엎드려서 눈을 뜬 자가 말하기를
17 내가 그를 보아도 이 때의 일이 아니며 내가 그를 바라보아도 가까운 일이 아니로다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며 한 규가 이스라엘에게서 일어나서 모압을 이쪽에서 저쪽까지 쳐서 무찌르고 또 셋의 자식들을 다 멸하리로다
18 그의 원수 에돔은 그들의 유산이 되며 그의 원수 세일도 그들의 유산이 되고 그와 동시에 이스라엘은 용감히 행동하리로다
19 주권자가 야곱에게서 나서 남은 자들을 그 성읍에서 멸절하리로다 하고
20 또 아말렉을 바라보며 예언하여 이르기를 아말렉은 민족들의 으뜸이나 그의 종말은 멸망에 이르리로다 하고
21 또 겐 족속을 바라보며 예언하여 이르기를 네 거처가 견고하고 네 보금자리는 바위에 있도다
22 그러나 가인이 쇠약하리니 나중에는 앗수르의 포로가 되리로다 하고
23 또 예언하여 이르기를 슬프다 하나님이 이 일을 행하시리니 그 때에 살 자가 누구이랴
24 깃딤 해변에서 배들이 와서 앗수르를 학대하며 에벨을 괴롭힐 것이나 그도 멸망하리로다 하고
25 발람이 일어나 자기 곳으로 돌아가고 발락도 자기 길로 갔더라
모압 왕 발락, 바로 모압은 지리적으로 트랜스 요르단에 속합니다. 이 말은, 모압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약속의 땅과 광야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적인 의미에서 볼 때, 약속의 땅에서 누릴 샬롬과 40년 동안 헤쳐 왔던 광야생활의 척박함 사이에 바로, 모압이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신학적으로 바라볼 때 모압은 죄 많은 옛 세대와 새로운 희망의 세대가 겹쳐지는 접경(중간지역)에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발람의 축복 선포는 새 세대 이스라엘의 장래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다짐하는 보증서와도 같습니다. 악한 인격을 가진, 이방인의 선지자의 입을 통해서라도 이스라엘의 장래가 참으로 강하고 밝고, 참으로 안전하고, 참으로 풍요롭다는 희망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압 왕 발락이 이스라엘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껴 신탁을 통해서 이스라엘을 저주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발락은 발람에게 11절에 ‘그대는 이제 그대의 곳으로 달아나라’고 합니다. 이 말은 ‘꼴도 보기 싫으니 얼른 꺼지라!’는 말씀입니다. 13절에 발락은 발람에게 신탁을 잘 하면, 이스라엘에게 저주를 잘 하면 줄려고 약속했던 ‘은금’은 발람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발람은 담담합니다. 발락은 발람의 세 번의 축복에 어의가 없어서 10절에 ‘손뼉을 치’면서 분노합니다. 얼마나 열 받았으면 손뼉을 치겠습니까? 아마도 어의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발람은 담담합니다. 더 나아가 이번에는 15절부터 시작되는 모압의 운명에 관한 신탁을 스스로 전달합니다.
17-19절:
모압과 에돔에 관한 신탁은 그들을 다스리는 자가 이스라엘에서 나올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 약속은 이스라엘 족장들에게 주셨던 약속이기도 합니다. 발람의 신탁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에 대한 관주commentary 구실을 합니다.
야곱에게서 한 별이 나온다는 이미지는 이스라엘 신앙에선 낯선 것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별 이미지는 보다 구체적으로 왕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이스라엘에겐 무슨 왕이 있었습니까? 또한 이스라엘로부터 한 홀이 나온다는 구절은 보다 적극적으로 왕권의 이미지가 나오는 것입니다. ‘홀’은 왕을 상징합니다. 장차 올 이스라엘 왕, 바로 다윗이 모압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예언은 보다 더 종말론적으로 봐야 합니다! 즉 야곱에게서 나오는 별이 장차 이스라엘의 대적을 무너뜨리는 자가 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그것은 바로 메시야적인 예언을 말합니다.
18-19절:
에돔의 운명도 야곱에게서 난 통치자의 수중에 달려 있습니다. 세일은 에돔을 부르는 또 다른 명칭입니다.
20-24절:
이 구절은 새로운 신탁을 담고 있습니다. 발람이 아멜렉과 가인(겐) 조속과 앗수르와 에벨의 멸망에 관한 신탁을 선포합니다. 이 본문은 순수하게 이방민족에 관한 심판 예언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이런 형태의 이방민족에 대한 심판은 나중에 예언자에게서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사 13-23장; 렘 46-51장; 암 1:3-2:3)).
아멜렉은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대적들 가운데 아주 초기의 민족입니다. 왕국시대에는 아무런 위협이 못 되었지만, ‘아말렉은 열국 중 으뜸’이라고 한 것은 이스라엘이 광야를 유랑할 때 이스라엘을 공격한 최초의 민족이기도 하고, 가장 도전적인 민족이라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출 17:8-16, 아론과 훌이 모세의 두 팔을 함께 들고서야 전쟁에서 승리했던 사건). 그러나, 그 민족은 사울과 다윗에게 굴복당한 후에, 남은 자는 유다왕 히스기야 시절 시므온 자손에게 패배한 뒤에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얼마나 씁쓸합니까? 하나님을 대적한 민족의 뒷끝은 이토록 씁쓸합니다!
21-22절:
여기서 가인 족속은, 가인의 후손이라는 측면 보다는 겐 사람들이라는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겐’은 ‘가인’에게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인 족속의 멸망에 대한 신탁이 여기에 거론된 것은 겐 사람들이 아말렉 족속의 성읍에 살았었기 때문입니다(삼상 15:5-6). 즉 아말렉의 멸망에 관한 신탁이 자연스럽게 아말렉의 성읍에 거주하였던 겐 부족에 대한 신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겐족속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세의 장인(호밥)도 겐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가나안은 그들의 땅이었으며 그들은 이스라엘이 쫓아내야 할 나라들의 목록에서 언급한 첫 번째 민족입니다. (창 15:19.....18절에 보면 여호와께서 아브람과 언약을 맺으면서 땅에 대한 약속을 하시는데, 그 때 아브람에게 약속한 땅에 겐 족속이 포함되어있다).
23-24절:
누구를 대상으로 한 신탁인지, 신탁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신탁의 내용은 장차 깃딤 해변에서 배를 타고 온 자들이 앗수르와 에벨을 굴복시키리라는 것입니다. 15-24절에서 이 구절을 파악한다면, 모압, 에돔, 아말렉, 겐 등은 앗수르에게 멸망하고, 앗수르는 에벨과 함께 깃딤에서 온 자들에게 망하고(그리스의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침공해서 무너뜨린 사건을 내다보는 말로 보기도 한다 혹은 ‘깃딤’을 1200년경의 근동에 침입한 지파들의 합병인 ‘해양 민족’을 말하기도 한다.), 깃딤에서 온 자들은 하나님의 도구인 이스라엘에게 망하게 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지금까지 살핀 발람의 신탁 이야기는 일곱 개입니다. 네 개가 이스라엘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세 개가 이스라엘이 다스리게 될 뭇 민족(모압, 에돔, 아말렉, 겐, 앗수르, 에벨, 깃딤)에 대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발람의 노래는 이스라엘이 장차 차지할 땅, 후손, 민족의 번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24:9...창세기 12:3의 말씀입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가나안 땅 변경에서 이스라엘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이방인 선견자 발람의 입을 통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의 주제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줄 믿습니다. 그렇게 믿으십니까? 오늘 사건 또한 그러합니다. 모압 왕이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꾸민 이 음모가, 오히려 이스라엘의 확실한 축복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축복은 역사적인, 언약적인 기원 하에 내려온 뿌리 깊은 축복이었음을 기억합시다. 또한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예언가운데 메시야의 언약성취,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때론 고통과 고난이 없을 순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불꽃같은 눈동자로 지키심을 믿으십시오! 하나님의 깊은 섭리가 있음을 믿으십시오!
하나님은 “내가 너희를 떠나지도 아니하며 버리지도 아니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절대적인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시길 바랍니다.
- “제외됨”
세 번에 걸친 발람의 축복과 세 번씩이나 맞선 발락의 좌절은 옛 출애굽 세대, 광야 세대의 우울한 종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세대가 자라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람의 신탁은 그 희망의 세대가 헤쳐나갈 밝은 미래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장래에 관한 발람의 축복은 새 세대의 탄생을 알리는 전주곡입니다.
민수기 24:10-25의 본문을 가지고 '한 별과 한 규'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내용인데, 거짓 선지자 발람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의 입을 빌어 이스라엘을 향한 저주가 아닌 축복의 메시지를 선포하게 하셨고, 그 축복은 먼 훗날에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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