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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사사기.룻기

사사기 10장 묵상, 입다의 등장배경과 하나님의 입장

by Message.K 2023. 4. 4.

구약성경 사사기 10장 6절부터 나타난 사사 입다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사사 중에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사, 입다가 아닐까 싶은데요. 입다에 대한 설교와 묵상을 같이 나눠보고자 합니다.

 

 

입다 이야기의 개괄

사사기 10장은 입다가 등장하기 전, 입다의 전주곡과 같은 배경이야기인데요. 한 마디로 입다는 사사들 중에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먼저 그의 출생입니다. 그는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복 형제들로부터 집에서 쫓겨난 건달로 살았다는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그를 쫓아낸 형제들과 동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되면서, 이스라엘의 리더로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살리면서 동시에 하나님께 해서는 안 될 맹세를 하고야 말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는 무남독녀를  어린 나이에 제물로 바치면서 유일한 혈육을 잃고야 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입다는 무엇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해씨만, 결국 에브라임 지파 42,000명을 죽이는 동족 살상자로 기록되고야 맙니다.  

 

 

 

입다 이야기가 다른 사사들과는 다른, 차이점

구약학자 송병현 교수는 이전의 사사들과 입다의 이야기의 차이점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입다를 구원자로 세우셨다는 언급이 없다는 것입니다. 입다가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된 것은 길르앗을 대표하는 장로들이 결정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께서 입다에게 영을 부어 주시고 암몬 사람들을 그의 손에 붙이셨지만, 하나님의 사역은 어리석은 맹세에 가려지고 마는데요. 입다가 이스라엘을 해방시키는 전쟁을 마친 후 몇년 동안 평판이 있었다는 말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그가 6년 동안 사사로 통치했다는 말만 할 뿐이며 또한 6년은 지금까지 언급된 사사들 중에 통치 기간으로서는 가장 짧다는 점입니다. 

 

 

 

 

입다 이야기와 기드온 이야기와의 공통점

McCann의 통찰에 의하면, 첫째, 두 이야기 모두 여호와께서 책망하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둘째, 기드온과 입다는 둘 다 무명의 사람으로 출발하였지만, 결국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이는 독재자가의 면모가 나타납니다. 셋째, 둘 다 여호와의 영을 받았으며, 이 영적인 능력을 이용해 군대를 모읍니다. 넷째,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능력을 받고도 믿지 못합니다. 다섯째, 둘 다 적들을 상대로 크게 승리합니다. 여섯째, 둘 다 전쟁이 끝난 다음 시기하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둘 다 자기 백성 이스라엘 사람들을 잔인하게 대합니다.

 

 

 

 

입다와 기드온의 중요한 차이점

하지만 입다와 기드온 사이에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기드온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하나님과 대화를 하고 어느 정도 순종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대목입니다. 입다도 기드온처럼 간혹 하나님에 대해 말을 하기는 하지만 한번도 하나님과 협의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 순종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입다가 하나님 사이에서 느끼는 이 거리감이 그의 승리를 곧바로 비극으로 바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아비멜렉과 유사한 입다

BlocK이란 학자는 입다는 기드온의 복사본이기 보다는 오히려 아비멜렉과 비슷하다고 지적합니다. 

첫째, 입다와 아비멜렉은 둘 다 어머니가 사회적을 떳떳하지 못한 여자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첩slave girl이었고, 한 사람은 창녀(기생)prostitute였습니다. 둘째, 둘 다 주변에 건달, 불량배들이 들끓었습니다. 셋째, 둘 다 기회를 타서 협상을 통해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넷째, 둘 다 협약을 맺은 다음 신성한 곳에서 예식을 치릅니다. 다섯째, 둘 다 매우 잔인한 지도자였으며 친척을 죽이고 동족을 살해합니다. 여섯째, 둘 다 미래가 없는 비참한 모습으로 일생을 마칩니다. 이처럼 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지녔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아비멜렉은 파괴자에 불과하지만 입다는 구원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입다가 등장하게 된 시대적인 배경

하나님을 배반한 이스라엘은 시내 산에서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규정에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사기 10장
6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바알들과 아스다롯과 아람의 신들과 시돈의 신들과 모압의 신들과 암몬 자손의 신들과 블레셋 사람들의 신들을 섬기고 여호와를 버리고 그를 섬기지 아니하므로
7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사 블레셋 사람들의 손과 암몬 자손의 손에 그들을 파시매
8 그 해에 그들이 요단 강 저쪽 길르앗에 있는 아모리 족속의 땅에 있는 모든 이스라엘 자손을 쳤으며 열여덟 해 동안 억압하였더라
9 암몬 자손이 또 요단을 건너서 유다와 베냐민과 에브라임 족속과 싸우므로 이스라엘의 곤고가 심하였더라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진노하셔서 이스라엘을 이방인의 손에 파셨다(7절)고 합니다. 이스라엘을 이방인에게 넘기신 하나님의 감정을 진노로 표현한 것은 3:8 이후 처음입니다. 블레셋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이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었는데, 하나님께서 한 민족이 아니라 두 민족에게 이스라엘을 넘기신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블레셋은 남서쪽에서, 암몬 족속은 북동쪽에서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동사 '억업하다'와 '학대하다'에 '고통이 막심하다'를 더해 이스라엘의 고통이 극에 달했음을 시사해줍니다. 하나님의 진노가 극에 달한 만큼 그들에게 가해지는 징계의 수위도 새로운 국면에 달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블레셋과 암몬, 두 민족에게 고통을 당했지만, 블레셋은 13장부터 등장하는 사사 삼손의 시대에 다시 등장하기 때문에 입다의 이야기는 암몬 민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암몬은 18년 동안 이스라엘을 괴롭혔습니다. 암몬 사람들은 길르앗 지역에 정착한 이스라엘 사람들만 억압한 것이 아니라 요단 강을 건너와 가나안 땅에 정착한 유다, 베냐민과 에브라임 지파까지 괴롭혔습니다(9절). 유다, 베냐민, 에브라임은 가나안의 중심 부분을 차지한 지파들입니다. 암몬이 이스라엘의 '허리'를 못 쓰게 한 것입니다. 이들이 암몬 사람들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 이스라엘에 임한 고통이 매우 광범위하고 강렬했음을 시사해 줍니다. 

 

 

 

하나님의 입장: ' 딴 데 가서 알아보라'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고통 속에서 부르짖을 때마다 응답하셨던 하나님이셨지만, 지금의 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사사기 10장
11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시되 내가 애굽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암몬 자손과 블레셋 사람에게서 너희를 구원하지 아니하였느냐

12 또 시돈 사람과 아말렉 사람과 마온 사람이 너희를 압제할 때에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므로 내가 너희를 그들의 손에서 구원하였거늘
13 너희가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니 그러므로 내가 다시는 너희를 구원하지 아니하리라
14 가서 너희가 택한 신들에게 부르짖어 너희의 환난 때에 그들이 너희를 구원하게 하라 하신지라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의 반응의 결이 조금은 다릅니다. 속된 말로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리액션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고통 속에서 절망할 때 우리는 그 고통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 가자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징계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면서 범죄하거나 죄를 지을 때 하나님께서 방치하시거나 아무런 리액션을 하시지 않는다면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징계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의 징계는 굉장히 극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은혜를 모르는 자들은 흔히 '개만도 못한 자'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이스라엘이 그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분노하시고 냉소적이신 이유는 이스라엘이 곤경이 처할 때마다 여호와께 부르짖는 유일한 이유가 적들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지 여호와 하나님을 제대로 경배하기 위함이 아님을 하나님이 아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여호와 하나님은 그들이 예배해야 할 하나님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진단키트와 같은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기에 신물이 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이스라엘에게 이용만 당하고 질질 끌려 다니길 원치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더 절박하게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입장: '보고만 계실 수 없으셨다'

사사기 10장
15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여쭈되 우리가 범죄하였사오니 주께서 보시기에 좋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시려니와 오직 주께 구하옵나니 오늘 우리를 건져내옵소서 하고 
16  자기 가운데에서 이방 신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를 섬기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로 말미암아 마음에 근심하시니라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돕기를 포기하고 싶은 상황인데, 이스라엘이 15절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운운하면서 도와달라고, 구출해 달라는 간구를 합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역경에서 우선 벗어나는 것이 가득찬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길 생각보다는 오직 필요할 때 수호신처럼, 마법의 신처럼 하나님을 주문을 외우듯이 도움을 청할 뿐이며 도움을 받고 나서는 곧바로 다시 주님을 떠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절박하긴 절박했나 봅니다. 자신들의 우상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를 섬겼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고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로 말미암아 마음에 근심하시니라'고 합니다. 이 말은

 

'보고만 계실 수 없으셨다'

 

는 의미심장한 표현입니다.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하나님의 삶의 질이 낮아졌다'

 

는 것을 뜻하며 하나님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라고 McCann, younger가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과 함께, 그리고 백성들 때문에도 고통을 당하십니다. 

 

 

 

 

하나님의 입장: 단순한 하나님의 긍휼

대부분의 번역본에서는 16절a와 16절b의 관계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하나님을 섬겼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했다고 번역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주석가들은 이런 해석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결정적으로 구원하기로 결정하신 일에 이스라엘의 회개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하나님께서 이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셔서 하신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를 무시하시고 그들을 긍휼히 여기신 결과일 뿐입니다. 

 

 

 

 

사사기 10장의 결론

이들이 제시하는 증거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구원하시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말씀(13절)을 번복하는 말이 없다.

둘째, 이 이야기에서 '회개하다'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

셋째, 하나님께서 14절 이후에는 침묵하신다.

넷째, 하나님께서 입다를 '구원자로 세우셨다'거나 그에게 '능력을 주셨다'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는다.

다섯째, 입다가 리더로 추대될 때 하나님의 역할이 전혀 표면화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고통당하는 이스라엘이 불쌍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은혜를 베푸시는 것은 책의 전반적인 성격과 잘 어울리는 해석입니다. 게다가 이후 이야기를 잘 들여다 보면 이스라엘이 진심으로 회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묵상

쉽게 지나쳐 갈 수 있는 사사기 10장에서 입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하나님이 아니라 길르앗 장로들 뿐이었다는 것은 특이한 대목이다.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 있었던 사사의 반열에 입다가 오르내리긴 하지만 전적인 하나님의 뜻과 계획은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영이 입다에게 임했다는 것(11:29)은 하나님의 긍휼이 아닐 수가 없다. 입다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열악한 삶을 살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스라엘의 우두머리'가 되고자(11:9) 발버둥 친 모습은 짠하기까지 하다. 입다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토리에 대해서 다음 포스팅에서 다뤘음 한다.

우리의 기도가 진정한 회개가 아닐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냥 주저앉고 마냥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만 하면서 울고 있으니 죄는 일단 무시하고 불쌍히 여기는 부모의 마음처럼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사사기 10장이다.

 

"주여 진실하게 하소서!"

 

 

오늘은 사사기 10장의 본문 속에서 사사 입다가 등장하기 전의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입다와 기드온의 공통점, 입다와 아비멜렉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 이스라엘이 위기 속에 도움을 요청했을때의 하나님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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