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교회 장로님이 몇달 전에 갑자기 연락이 오셔서 쌀이 필요하냐고 묻길래 필요하다고 했다. 나의 '일용할 양식'(daily bread)는 이렇게 또 채워지는구나 싶었다. 오늘은 이웃교회 장로님이 저에게 쌀자루를 선물로 보내주신 사건과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쌀 자루를 이웃교회 장로님이 보내주시다
쌀 자루를 받아놓고 쌀통의 쌀이 다 떨어질 때가 되서야 쌀자루를 열어봤는데. 아마도 그때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달이나 지냈을까? 아무튼 내가 쌀을 선물로 받고서 바로 쌀자루를 열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쌀자루를 여는 순간 다음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쌀 자루에 꽂혀 있는 봉투
거기에 웬 봉투가 꽂혀 있었다. 그런데 봉투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장로님이 문득 생각이 나서 봉투를 급히 챙겨 넣으신 것 같다. 경조사 봉투에 이웃교회의 미천한 나를 생각해서인지 돈봉투를 꽂아주신 것 같다. 눈물이 핑 돌았다. 장로님에게 바로 전화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렸다. 몇달 전의 일인데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적어본다.
인간은 외로운 섬이 아니다
문득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이 쓴 시 중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시가 떠올랐다. 사람이 좀 모이는 교회라는 조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몸 담고 있다가 개척을 한 후 삽질(?)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그 삽질을 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특별히 존 던이 이야기한 '외로운 섬'이란 말을 자주 생각한다. 그의 시의 첫 문장들이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You are not Alone
사람이 너무 고립되어 외롭게 지내다 보면 자기 옆에 사람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잘 모를 수가 있다. 그러다가 반갑고 친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눈물이 핑 정도이다. 이웃교회 장로님이 내게 그런 선물을 주셨다. 마치 마이클 잭슨의 노래 "You are not alone"이라는 노래가사처럼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스도인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구든 외롭고 온전한 섬이 아니며 대륙의 한 조각이며, 하나님 나라의 일부라는 사실을 순간 느끼게 해 주었다. 하나님은 이런 은혜도 베풀어 주셨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존재이기에 또 잊고 또 잊어버린다.
참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널 어찌 안 돌보시랴
전도사 시절에 새소식반을 하면서 즐겨 불렀던 찬양이 생각이 난다.
"왜 너는 내일 일을 염려하며 네 마음에 슬퍼하느냐?
참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널 어찌 안 돌보시랴
내 고통 아시며 돌보아주시리
참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널 어찌 안 돌보시랴"
이런 이야기 너무 잘 말하고, 그리고 잘 아는데 우리는, 나는 또 내일을 염려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넷플릭스에서 올라와 있는 동물의 세계를 보면 정말 자연의 세계는 기가 막히다. 먹이 사슬이 질서있게 움직이면서 창조계가 움직이고 있다. 독수리도, 참새도 다 염려 없이 먹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만이 늘 염려를 안고 산다. 돈이 많아도 염려하고, 돈이 없어도 염려하고, 내일도 염려하고, 오늘도 염려한다.
염려하다의 영어 원어의 뜻은 '목을 졸라 죽인다'는 살인적인 의미가 있고, 동사형인 '메림나오' '쪼개어진다'to divide의 뜻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염려하다'를 성경해석에 무조건 대입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염려가 그만큼 백해무익한 것이며, '걱정한다고, 염려한다고 해서 그 키(생명의 길이, 수명)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마태복음 6:27)는 예수님의 말씀이 그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왜 너는 내일 일을 염려하며 네 마음에 슬퍼하느냐?
참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널 어찌 안 돌보시랴
내 고통 아시며 돌보아주시리
참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널 어찌 안 돌보시랴"
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오늘도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
- 참고로, '염려하다'(메림나오)에 대한 어원에 대한 분석은 frog prince님의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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